2009. 6. 25. 06:45
[그냥/괜히]
며칠 전 주말에 뭘 좀 사려고 잠시 근처 아울렛몰에 나갔는데, 차 온도계에 외부온도가 드디어 100도가 찍혔다. 땡볕에 구워져서 그런거고 실제 기온은 9x도였는데, 오늘자 weather.com 전망은 낮최고기온 99도. 하긴 99도나 100도나.. 섭씨 37.2도나 37.8도나 -_-
이건 뭐 낮에는 어디 나가기가 싫어져서 아마 여름 내내 방구석에서 혼자 놀다가 해 지고 나서야 나오던가 할듯. 어제는 밤 12시 넘어서도 에어콘을 켜야 하는 정도로 더웠다. 아침최저가 75도(섭씨 23.9도)면 자정쯤엔 한 80도(섭씨 26.7도). 그동안 비도 안와서 차가 많이 지저분한데 비올확률 오늘은 10% 내일은 0% 아아아아
이달 초부터 시작한 월요일 수요일 저녁 초급 스페인어 말고, 지난주부터는 화요일 목요일에 영어 advanced conversation 수업을 시작했다. 역시 2.5시간씩 해서 7월말에 끝나는 일정인데 첫시간인 지난주 화요일을 camera obscura 콘서트 때문에 빠졌더니 이제는 물리거나 다른 반으로 옮길 수도 없게 되었다. 그나마 뭔가 advanced한 conversation을 연습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신청한 건데 이건 뭐 대학교때 들은 실용영어 수업보다 낮은 수준.
이를테면. 사람의 감정 표현을 나타내는 단어가 하나씩 적힌 종이를 나눠주고, 앞에 나와서 그걸 연기하라고 하고는 다른 학생들이 그 단어를 알아맞추는 놀이를 한다거나.. 순간 희극지왕이 생각나서 혼자 좀 우스웠지만 내 차례에 excited라는 단어를 연기해야 했을 땐 이미 어떻게든 이 수업을 드랍시킬 그럴듯한 이유를 속으로 찾고 있었다.
아내가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어
아들을 낳았어
아내가 죽었어
아기가 천재라서 말을해
아기의 고추가 머리에 달렸어
복권에 당첨됐어
1등이야
아들이 죽었어
아내가 살아났어
젠장 79불이나 하는 수업이고 26불짜리 교재도 샀는데 아무래도 너무 아까워서 꾹 참고 한번만 더 가보자고 마음먹고 어제 다시 갔는데, 결국 학교 주차장에서 내리려다가 다시 마음을 바꿨다. 100불 아깝다고 시간낭비에 기분까지 나빠지는 수업을 더 듣고 있을 수는 없겠다 싶어서 그냥 깨끗하게 포기하기로.
그에 비해 스페인어 수업은 상당히 재미있어서 아직도 착실히 나가고 있다. 심지어 잠시 캐나다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 돌아온 지난 주 월요일 저녁에는 공항에서 학교로 직행해서 시간 맞춰 수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아무튼 재미있어서 그런 거고, 이제는 무려 예습 복습도 조금씩 하고 있다. 수업 듣는 사람들 구성도 60대 할머니부터 40대 주부, 대학생 언니까지 다양해서 분위기도 좋고..
아 그나저나 이미 일주일 전이지만 camera obscura 콘서트는 정말 맘에 들었고, 여러 가지 자질구레하게 재미난 것이 많아서 더 좋았다.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던 "아니 롯시" 언니의 오프닝 때 내 앞에 서 있던 뭔가 코스프레 분위기의 분홍색 원피스에 커다란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한 두 명의 언니들이 알고보니 카메라 옵스큐라의 보컬과 키보드였다거나 (뒷모습만 보고 비웃었는데 나중에 열라 억울했음), 노상 시무룩한 표정으로 공연 끝내고는 예정된 앵콜을 하기 전에 잠시 내려갔지만 백스테이지가 없어서 다 보이는 곳에 뻘쭘하게 있다가 다시 올라온다거나..
제일 좋아한 lloyd, i'm ready to be heartbroken과 razzle dazzle rose는 앵콜에서 나왔는데 이때가 분위기도 제일 좋았다. 앵콜까지 끝나고 내려갈 때 역시 백스테이지가 없으니 무대 옆으로 내려와서 저글링 이동하듯 일렬로 관객들 사이를 뚫고 가는걸 잠시 쫓아갔으나 안타깝게도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