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22. 06:04
[그냥/괜히]
일단 지지난주 토요일이었나, 아무튼 earth, wind and fire + chicago. 처음 가보는 nokia theater에서 했는데, 제대로 된 극장식 공연장이다 보니 음향도 아주 훌륭하고 부대시설도 괜찮은 곳이었다. 아무래도 전설적인 흑인 밴드다 보니 다른 공연장에서는 거의 못 보던 흑인 관객들이 굉장히 많이들 오셨는데 다들 파티 복장으로 거하게 차려입고 와서 살짝 당황했다. 하긴 결성 40주년을 기념하는 투어인데 팬으로서 그정도는 예의를 표해야겠지..
그때까지는 콘서트 가면 제시간에 시작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어서-7시반 시작이라고 해놓고 9시가 넘어서 오프닝이 나온다거나-이날도 8시라고 되어 있으니 한 9시나 되야 하겠거니 싶어서 8시반쯤 도착했는데, 이미 EWF가 나와서 미친듯이 춤추며 노래하고 있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됐나 보나 싶었는데 boogie wonderland, fantasy, let's boogie 등 주옥같은 히트곡들과 시카고의 wishing you were here를 하고 나서는 끝-_- 젠장 september는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해버렸던 것인가 하고 원통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잠시 쉬는시간. 30분쯤 있다가 시카고가 나왔는데 솔직히 별 느낌도 없고 지겹기만 하고.. 아까 EWF가 시카고 곡을 하나 했으니 자기들도 하겠다고 EWF의 i can't let you go를 연주했지만 역시 시카고 버전은 좀 -_-
하지만 다행히 시카고는 한시간도 안되서 내려가고, 앵콜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두 밴드가 다 같이 나와서 거의 20명이 한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춤추면서 연주하는 모습. 놓쳤을 거라고 생각했던 september를 여기서 불러 주시는 EWF. 누군지도 모르고 노래 예습도 안하고 그냥 따라온, 뻣뻣하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울 동료 H가 들썩거린다고 했을 정도로 미친듯이 신나는 무대였다. 내 평생 가본 콘서트 중 세손가락 안에 들 만한 공연.
그리고 지난 주말, 금요일 밤에는 뉴키즈온더블럭(...) 콘서트. 언니들 분위기 구경하러 간 건데 의외로 대부분의 노래를 다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럴수가 내가 뉴키즈 빠순이었다니 -_- ..95% 이상이 여성인 다른 관객들도 당연히 모든 곡을 다 따라 부르고 있었고, 이런 충성도 높은 콘서트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솔직히 열라 재밌었다. (...)
아마 "페이보릿걸"에서 몸을 흔들면서 따라 부르고 있을 때쯤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어떤 언니가 옆에 와서 갑자기 "are you gay?" 하면서 말을 걸었다. 하긴 남자 관객이 없는 공연에서 그러고 있었으니 그럴만도 한건지.. 하지만 이런 경우 질문한 사람의 정체성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강하게 부정하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돌려서 다시 한번 더 언니를 살펴보고 나서 차분하게 아니라고 했다. "that's good cause i never talk to a gay" ..이런 전형적인 텍사스 언니의 혀 꼬부라진 말에 정치적인 올바름을 신경쓰다니 너무 오버한듯. 언니는 술을 더 마시고 싶었고 나도 마침 목이 말라서 맥주를 좀 사다 마시고, 더 사러 또 나갔는데 현금은 없고 ATM은 고장이라 다행히 거기서 멈출 수 있었다.
..다행히? -_-
주최측에서 흘러나온 것 같은 영상인데 다시 보니 내가 이런 분위기 안에서 같이 놀고 있었다니 뭔가 많이 민망스러운 느낌 (...) 내 근처에는 20대 언니들도 꽤 있었는데 여긴 왜 다 아줌마들이고 -_-
그저께, 일요일에는 에어로스미스+지지탑. 닥치고 표 사고 기대도 컸던 콘서트였지만 어쩐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었던 느낌. 7시반 시작이라고 되어 있었으니 한 9시까지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9시에 도착해 보니 이미 지지탑은 오래전에 끝나서 내려갔고 에어로스미스 첫곡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이동네 시간 개념은 아직도 확실히 감이 안잡힌다. 젠장 게다가 늦게 도착했더니 잔디밭도 자리가 꽉꽉 차 있어서 무대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다 보니 소리는 저 멀리 다른 동네에서 하는 것 같이 들리고.. 지지탑의 빌리 형님이 잠시 올라와서 같이 잼을 하기도 했지만 역시 잘 들리지도 않고. 4장 패키지 티켓이었는데 한명이 빵꾸내서 50불 날리고. 이래저래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나마 좋았던 건 공연장 가기 전에 들렸던 맥주집 "진저맨"이 괜찮았다는 정도. 에어로스미스는 아무튼 항상 투어를 다니는 밴드고 지지탑은 동네-_- 밴드니 조만간 다시 볼 기회가 더 있을 것 같다. 아직 다들 정정하신 것 같고. (...)
..오늘은 콜드플레이 콘서트 하는 날인데 그냥 귀찮아서 예매도 안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고, 아마 안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