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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5. 1. 14:59
사실 영화제는 핑계고 그냥 한번 놀자고 간 것이었는데, 금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밤에 귀환했으니 나름대로 2박3일. 그 동안 네 편 봤으니 예매도 안한거 치고는 영화도 꽤 열심히 봤고, 동행들이 전주의 먹거리에 환장한 사람들이라 나름대로 짜여진 식단을 따라다니면서 (타지 사람들에게) 유명하다는 맛집도 몇 군데 가서 먹어 보게 되었다.


4/28 밤 오원집
밤 11시 넘어 도착해서 한옥마을 내 한옥체험관에 짐만 풀고 바로 나와서 택시 타고 이동. 여기 주메뉴는 돼지연탄구이였는데 양념한 돼지고기를 구워서 내 주는 것이었다. 맛은 그냥 양념한 삼겹살 연탄불에 구운 맛이고, 가격이 싸다. (한접시 3천원) 양념족발도 먹어 봤는데 이것도 그럭저럭... 용산다리 족발이 아니라서 덜 맛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벽에 그린 메뉴판

이게 2인분. 양은 적다



4/29 새벽 전일슈퍼
오원집에서 나와서 다시 택시 타고 전일슈퍼. 가맥집(가게맥주, 또는 가정집맥주? -_-)인데 그냥 슈퍼에서 의자 갖다놓고 동네 슈퍼 가격으로 맥주를 판다. (맥주 큰병 16백원) 90년대 말에 서울에서도 잠시 유행했던 24시간 편의방 비슷한 그런 분위기.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먹고 나갈 때 계산하면 되는 시스템이고 북어나 오징어를 시키면 구워서 준다.

간장 베이스의 소스가 독특



4/29 새벽 한옥체험관 선비방 응접실 -_-
전일슈퍼에서 사온 맥주와 쥐포로 한잔 더 하고 취침.

간밤에 비가 왔지만 아침에 갬

방에 있던 옛날물건 '경대'



4/29 아침 풍전콩나물국밥
4천원. 오징어 씹히는 맛이 괜찮다.

4/29 14:30 달콤 살벌한 연인
로맨틱 코메디에서 흔히 보이는 민망스러운 장면이 거의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웃겨준 영화. 의외로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은 이 시간대에 영화제 표가 죄다 매진이라 보게 된, 국제영화제와는 아무 상관 없는 영화 -_-

4/29 점심 이름모를 국수집
그냥 동행들이 짠 식단에 따라다녔는데 아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준비했을테니 (외지 사람들에게) 유명한 곳이었을 거라고 생각된다. 메밀소바 시켰는데 양이 많아서 많이 먹었다. (면 남기는거 싫어함)

메밀소바

멸치국수(25백원, 보통/곱배기 가격차이 없음 -_-)



4/29 배드뉴스베어즈
school of rock 감독이 만들었다는데 'FC슛돌이'와 다른 점은 주인공들이 좀 심하게 루저라는거. 초등학생들의 싸가지 없는 말버릇이 무척 맘에 들었다. 국수 먹고 너무 배가 불러서 시작 부분에서 약간 졸았던 게 아쉽다.

4/29 저녁 삼천동 막걸리골목, 용진집
막걸리 세 병이 들어간 4리터짜리 주전자 하나에 만원. 안주는 기본안주로 깔리는 십여가지 반찬들. 두 번째 주전자에는 가게에 따라 특별안주 제공 또는 아예 판 갈아주심. 뭐 이런 얘기 듣고 잔뜩 기대했으나 상당히 불친절한 분위기 때문에 기대만큼 맛있게 먹지는 못함. 특별안주로는 삼합 약간.

4/29 밤 또 전일슈퍼 -_-
북어, 갑오징어, 계란말이. 술 많이 먹었다.

숙소를 '한성여관'으로 이동

술 먹고 쓰러짐 -_-



4/30 아침 60년대식 투가리콩나물국밥
왱이집 찾으러 가다가 보여서, 사실은 멀리 걷기 귀찮아서 들어간 곳인데 정작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 모주도 한잔 같이 먹었는데 집에서 담가 먹던 막걸리에서 알콜만 제거한 듯한 맛이 났다. 콩나물국밥이 맛있어봤자 뭐 별거 있겠나 하던 고정관념이 깨져서 다른 콩나물국밥집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4/30 점심 이름모를 돌솥밥집
6시간 자면 깨는 습성 때문에 다른 동행들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버려서 아침을 먼저 먹어버린 탓에 정작 동행들이 투가리 콩나물국밥 먹는 사이에 나는 혼자 점심을 먹어야 했다. -_- 전주 사는 이웃 den님의 추천인 반야돌솥밥을 찾아가다 보인 채식부페 간판을 보고 들어가려다 입구에 붙은 '영업중지' 안내를 보고 맘 상해서 옆에 있던 돌솥밥집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사실은 며칠 전 안양-신림동 넘어가는 길에서 먹은 돌솥밥이 같은 가격에 더 맛있었다. 이런 -_-

4/30 2:00 정치/퍼포먼스
정당정치의 역습,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골리앗의 구조. 자리가 꽉 차고 심지어 계단에 앉아서 보는 사람도 있었던 충격적인 단편모음 섹션. 나는 마침 잘 잤다.

4/30 간식 전북대 근처 분식집
떡볶이 순대 튀김. 별로 맛 없음

4/30 18:00 하바나 블루스
그 훌륭한 음악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는 보는 내내 자다 깨다 했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같은 영화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시놉시스고 뭐고 전혀 안봄 -_-) 다행히 굉장히 역동적인 롹 영화였다. 소름끼치는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까 쿠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하바나' 블루스라고 표기한 제목 말고는 전부 맘에 들었던 영화.

4/30 저녁 (구)도청앞 지연식당 백반
인심좋은 아줌마가 차려주는 20여가지의 반찬에 나온 5천원짜리 백반집. '도청' 쓰여진 표지판 보고 따라갔다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신도청을 한바퀴 도는 등 이번에도 많이 헤매고 갔다. 사실은 그냥 영화의거리 근처에서도 걸어갈 만한 거리였다. 음식은 그냥 가짓수 많은 가정식 백반. 집에서 먹는거나 별로 차이 없었다.



아무튼 정리하면.

굉장히 맛있다는 생각이 든 음식은 투가리 콩나물국밥+모주가 유일하고 다른 곳들은 잘못 선택했거나 과대평가됐거나 내 입맛이 둔감하거나 셋 중 하나. 딴지 관광청의 기사에 나온 구절을 인용하면 딱 맞는 느낌.

"우덜은 맨날 먹고 사는 거인디 뭘 그런 거 갖고 호들갑이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