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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3. 24. 09:29
올해 들어서는 갑자기 일도 (가지수도 분량도) 많아지고 조직개편도 진행되고 있어서 이래저래 바쁘고 힘들고 재미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어쩐지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만나서 같이 놀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사무실 안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t는 회사를 그만뒀고 (그러나 t의 후임으로 두 명을 뽑았는데 내가 보기엔 둘 다 업무적으로 뭔가 한심한 상황) c는 정리해고를 당했으며 (다행히 다른 더 괜찮은 곳에서 일하게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음) 술 좋아하는 러시아인 d는 새해 들어서 술을 끊었고-_- (하지만 완전히 끊은 건 아니고 아마 더워지면 다시 마실 거라고 함) 작년에 주말이면 우리집에 모여서 술 마시고 놀던 동포들은 (물론 언젠가 다시 모이게 되겠지만) 뿔뿔이 흩어져 있다.

그러던 어느 주말에 d가 갑자기 어느 호수 공원에 놀러 가자고 해서 따라갔는데, 러시아 지사에서 d와 같이 일한 적이 있으며 지금은 다른 회사에 다니지만 그 회사의 본사가 달라스에 있어서 3주 동안 출장을 왔다는 러시아인 i도 마침 공원에 같이 왔길래, 옳거니 술친구, 하면서 친하게 지내다 오늘 돌아갔다. 선물 쇼핑을 해야 한다고 해서 동네 아울렛에 데려갔다가 "만리장성 수퍼 부페"에서 저녁을 사 먹였는데, 그 보답으로 지난 주말에 러시아 음식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왕창 남아서 도시락으로 싸 왔고, 아마 내일까지 먹어야 할 듯. 많이도 아니고 두 가지를 했는데, 대단한 건 아니고 "털외투 입은 청어"와 러시아식 팬케익.

털외투 입은 청어(herring under fur coat, Сельдь под шубой)는 작년 추수감사절 팟럭 때 먹어 본 적이 있고 그 뒤에 러시안 바냐 (사우나)에 가서도 먹었던, 명절 때 먹는 "러시아 전통 음식" 중 하나라고 한다. 소금에 절인 등푸른 생선 청어의 냄새와 식감 때문에 이 동네 사람들한테는 그다지 인기가 없었지만, 생선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비린내의 황제 김모씨는 아무튼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으니 잘 기억해 두었다가 i에게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이었다.

러시아식 팬케익은, 지지난 주말에 아침 먹으러 데니스denny's에 갔다가 세트 메뉴에 들어 있던 두툼한 미국식 팬케익을 딱 한 입 먹고 물린 다음 나한테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메뉴였다. 위키피디어를 찾아 보니까 blintz (блины) 라고 불리는 것 같은데, 탄수화물을 섭취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먹는 것 같은 도무지 아무런 맛도 없는 이 동네 팬케익과는 달리, 월남쌈이나 타코, 또는 만두처럼 다른 식재료를 감싸는 용도로 2차 가공된다는 점이 뭔가 맘에 들었다.



아무튼 그래서 뜬금없이 레서피.

<러시안 팬케익>
재료: 밀가루(중력분), 소금, 설탕, 우유, 계란 + 쌈 속에 넣을 재료 (연어, 코티지치즈, 고기볶음 등등)

일단 적당량의 밀가루와 우유와 계란을 잘 섞어서 묽게 반죽을 만든 다음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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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외투 입은 청어>

재료: 절인 청어, 양파, 당근, 감자, 비트루트 beet root, 마요네즈,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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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래서 이렇게 러시아 음식 두 접시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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