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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5. 13:20
1. 크리스마스부터 1월 2일까지는 회사 공식 휴일인데, 1월 3일 4일이 토요일 일요일이라 11일 연휴가 생겼다. 이런 기회 정말 흔하지 않을텐데 어쩐지 여유가 없어서 그냥 내내 집에서 이것저것 추스리고 쉬다가 혹시 누구 같이갈 사람 생기면 어디 (운전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나 잠시 다녀오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회사 일 때문에 남게 된 사람들 몇몇과 갑자기 스키장에 가자는 얘기가 나와서 급추진. 3박4일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에서 스키장 다니던 것보다도 오히려 저렴한 정도로 다녀왔는데, 갈때 올때 약 11시간씩 운전해야 했던 것과 장비 대여가 한나절 걸린 것 말고는 잘 먹고 신나게 타고 놀 수 있었다. 스키장이 있는 뉴멕시코주의 '싼타페'는 뭔가 예술가들이 사는 동네도 있고 건물들이 무슨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져서 좀 독특해 보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동네 구경은 전혀 안하고 낮에는 스키장, 밤에는 호텔에서 TV나 봤다.



2. 바지의 허리 부분이 살짝 헐거워진 느낌이 들어서 체중이 약간 줄었을 것으로 기대하고 파운드와 kg이 다 표시되는 체중계를 샀는데, 이건 평생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숫자가 찍혔다. 이건 아날로그 저울이고 파운드로 나오는 거니까 (kg 숫자도 같이 표기는 된다) 혹시 잘못된 것일 수도 있으니 누구 다른 사람 집에 있는 디지털 저울로 다시 재 보고 영수증 잘 챙겼다가 문제 있으면 환불해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며칠 전 누구네 집 화장실에 있던 디지털저울로 쟀더니 파운드라 긴가민가하면서도 어쩐지 정상적인 듯한 숫자가 나왔다.

그리고 어제, 잠시 놀러온 인도인 동료 s가 저울을 보더니 현관으로 가져가서 재면서 체중계는 원래 딱딱한 바닥에 놓고 써야 하는 거라고 -_- 카펫이 없는 현관 바닥에서 올라가 보니 한국에서보다 3kg 가량 빠진 체중이 찍혔다.



3. 언젠가 오야꼬동을 만들어 저녁 먹고 나서, 남은 닭고기를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실에 넣으려고 하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약속 없이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서 살짝 놀라 열어보니 며칠 전에 베란다에서 담배 피다가 마주보는 집 베란다에 있던 옆집아저씨(와 그 아들). 언제 차 마시러 놀러 오라고 얘기를 주고받긴 했는데 진짜로 올 줄은.. 집에서 만두를 했다고 와서 같이 먹자던데 방금 혼자 저녁 먹었다고 했더니 두 번은 권하지 않는다. 음 이분 미국에서 좀 오래 사셨군 -_-

이민자들이나 그 2세, 또는 여기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하고 얘기하다 보면 상상 이상으로 몰정치적인 그들의 의식 수준에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옆집 아저씨는 미국 온지 이제 4년 됐다고 하는데, 그날 저녁때 잠시 앉아서 별 쓸데없는 (재미도 없는) 얘기를 하던 중 미국에서 살기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이러신다.

"살다 보니까 여기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 같아요. 어휴.."
"네?"
"이건 완전히 자본주의지, 민주주의가 아냐"
"...(흠짓)"

한국에서는 멀쩡하게 잘 살다 온 분인 것 같았는데, 여기서 오래 살면 그렇게 되는 건지 아니면 원래 한국 사람들 의식 수준이 한나라당 뉴라이트 정도여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아 참 그 아저씨는 올해 마흔 살이라고 했다. 무려 386세대 나이.



4. 스키장 다녀오던 날 우편함을 열어보니 social security office에서 뭔가가 와 있었다. 오 드디어 카드가 왔다고 생각하고 좋아서 열었는데 뭔가 서류가 부족해서 지금은 줄 수 없으니 방문해서 인터뷰 하라고.. 그 다음날로 바로 갔더니 2주 안에 보내준다고 했는데, 공무원들 일처리는 역시 세계 공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별거 아니긴 하지만 social security number가 생기면 처리할 일은 대충 이정도.

- AT&T 휴대폰 플랜 가입: 아이폰이 하나 생겨서 이걸 써보고 싶은데 소셜번호가 있어야 플랜에 가입할 수 있다.
- 회사 인사카드 업데이트: 급여를 수표 대신 계좌이체로 받을 수 있다. 재무팀장이 그러는데 지금은 뭔가 불법고용 비슷한 상태라고 한다.
- 케이블&인터넷 서비스 가입변경: 소셜번호가 없어서 월 40불짜리 가입하면서 보증금을 190불이나 내야 했다. 이거 돌려받으면서 TV 케이블도 신청할까 생각중.
- 은행 계좌 업데이트: 이게 있어야 신용카드 비슷한 거라도 만들 수 있다.
- 전기 서비스: 이것도 소셜번호 없다고 보증금을 수백 불 냈었다. 돌려받을 수 있을까
- 시립체육관 등록: 130불인가 내면 1년 동안 시립 체육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한다. 운동 좀 해야지



5.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지난번에 중앙분리대를 타고 넘어 고장난 차는 앞범퍼 밑바닥 교체, 엔진 커버 교체, 오일 커버 교체, 변속기 교체 등등 해서 수리비가 3200불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고 일주일 전 가입했던 보험 약관에 따르면 내가 내야 할 비용은 499불. 나머지는 보험회사가 처리해 주는 건데 이정도면 5개월 후 갱신할 때는 보험료가 과연 얼마나 올라갈지.. 사고 나서 보험처리한 차라 중고로 팔기도 어려울 거고, 제발 고장 안나고 오랫동안 버텨 주었으면 좋겠다.



6. 2008년은 이렇게 지나갔지만 다음번 연말 연휴때는 미리 준비해서 좀 멀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달력을 보니 2009년 연말 연휴도 나름대로 10일은 생길 것 같으니 앞뒤로 휴가 며칠 붙여서 배낭 메고 어딘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