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28. 13:41
[그냥/괜히]
점심 시간에 매우 흥미진진하다 못해 살짝 놀랍기까지 한 뒷담화에 어쩌다 끼게 되었는데, 그 뒷담화의 대상인 사람(편의상 y라고 하자)을 나는 아직 싫어하거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어서, 끝없이 이어지는 험담을 듣기가 썩 편하지는 않았다. 그중 하일라이트는 "요즘 어쩌다 facebook을 갑자기 열심히 하게 되서 열라 재밌긴 한데 y가 찾아낼까봐 두렵다"
...사실 이건 처음 밝히는 비밀인데, 예전에 어디서 보고 호기심에 모 데이팅 사이트에 가입해서 거기 등록된 이성 회원의 프로필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매일 12명씩 뽑아서 (회원이 많긴 많나보다) 사진과 프로필을 보내 주는데 나는 돈 내는 회원이 아니니 그 프로필 주인에게 연락을 한다거나 하지는 못하고 그냥 구경만 할 수 있는 건데, 어느날 무심코 그 중 하나를 클릭했다가 y가 나와서 깜짝 놀랐던 생각이 난다. 어쨌거나 누른 거니까 자기소개를 다 읽어보긴 했는데 당연히 다른 사람들과 별 차이 없는 재미없고 심심한 프로필(+사실왜곡)이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캡처를 해 두지 않은 것이 좀 아깝긴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그 프로필을 눌러서 봤다는 사실을 y가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더 컸다. 아 이건 목욕탕에서 짝꿍 만나는 것보다 더 쪽팔리는 일이라는 생각에 얼른 사이트 탈퇴 -_-
슬프게도 y는 사무실 안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고, 나와 얘기했던 사람들은 그다지 미래가 밝지 않다. (업무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언제 짤릴지 모르는 상태이기도 하고, 본인들도 그걸 알고 있고, 그러다 어느날 아침 갑자기 지금 짐 싸서 나가, 라고 해도 별 수 없이 조용히 나갈 수밖에 없긴 하다. 안됐지만 여긴 원래 그런 동네라 언제 그런 일이 생겨도 놀랍지 않다.
그러다 오후 일 시작했는데 어쩌다 옆방의 재무팀장 r에게 들은 얘기. 이번에는 본사에서 각 지사 재무팀을 해체하고 인도에 있는 아웃소싱 회사에 그 일을 맡긴다고 한다. 내년 3월 말까지 목표이고 당장 다음 주에는 그 인도 회사에서 사람이 한 명 와서 내년 1월까지 기존 재무팀 직원들한테 인수인계를 받는다고.. 이렇게 또 두 명, 아직 몇 달 남았지만, 어쨌든 해고 확정. 팀장인 r은 그 뒤로도 일단 남을 거라고 얘기했지만, 같이 일하던 아랫사람을 내보내게 되서 몹시 낙심한 눈치다. 그러면서도 이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누구라도 나는 회사에서 절대 안 짤린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짤리지 않으려면, 짤려도 금방 다른 직장 찾을 수 있으려면 실력이 좋아야 된다는 열라 당연한 얘기를 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은연중에, 꼭 필요하지만 혼자 일하는 직종이라 회사 문 닫기 전에는 짤릴 염려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저런 당연한 얘기를 듣고 매우 뜨끔했다. 그래서,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에, 마침 윈도우7도 새로 나왔고, 이런 저런 공부와 연습에 필요한 컴퓨터를 새로 사기로 했다.
요즘 뒤늦게 많이 듣는 the ting tings. 아무리 메탈이 좋아도, 난 죽으나 사나 언니보컬
shut up and let me go - american boy (estelle) - that's not my name 메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