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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3. 14. 12:16
무라카미 류 베스트셀러 소설 원작 츠마부키 사토시+안도 마사노부 주연

소녀들을 해방시키자, 페스티벌을 여는 거야!
1969년 큐슈의 서쪽 끝, 나가사키의 사세보북고 3학년생인 켄은 오늘도 평소처럼 청소를 땡땡이 치고 친구인 아다마, 이와세와 옥상에서 매스게임 연습을 하고 있는 여학생들을 훔쳐보고 있다.
“뭔 가를 강요 당하는 집단은 역겨워…” 아다마의 진지한 말을 듣고 있던 켄은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친다. “맞아. 17세 소녀들의 몸에 우중충한 체육복은 안 어울려. 좋아, 그녀들을 해방시키자!”며 영화와 연극, 로큰롤의 종합선물세트인 페스티벌을 개최하자고 한다.
하지만 켄의 선동엔 불순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물론 인생은 즐거워야 한다는 평소 켄의 신조도 한 몫 했지만 북고 최고의 얼짱인 마츠이 카즈코(레이디 제인)를 여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어 가까워려지는 속셈이 있었던 것.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켄의 망상과 함께 계획은 점점 부풀어 오르고, 그 순간 마츠이의 목소리가 켄의 머리 속을 울리는데, “데모하거나 바리케이드 치는 사람, 멋져!” 완전히 충동적으로 켄은 친구들에게 외친다. “바리케이드 봉쇄하자!”
켄 과 친구들은 ‘바사라단’을 결성하고 7월19일 종업식날을 디데이로 학교 옥상을 봉쇄하는 작전을 감행하기에 이른다. 사랑스런 레이디 제인과 즐거움을 위해! 드디어 학교 건물에 내걸린 플랜카드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결국 바리케이드 봉쇄는 방송국과 신문사를 끌어들이고 경찰이 조사에 나서는 등 일대소동이 되어버리는데…
켄과 친구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또한 페스티벌의 향방은!?






십 년 전쯤 어쩌다 보게 된 소설이 작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 일본 소설 붐은 한 십 년 정도 계속된 것 같은데, 상실의 시대 이후로 한동안 일본 작가가 쓴 책이면 그냥 닥치는 대로 팔렸던 것 같다. 일본 출신이라는 것 말고는 별로 공통점도 없(어 보이)는 음악들을 한데 묶어서 '시부야계'라고 부르는것처럼, 그땐 일본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오에 겐자부로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같은 범주로 취급되기도 했다.

출판사에 다니던 아버지 덕분에, 그리고 그 출판사가 주로 전집류를 취급했기 때문에 집에는 '세계문학전집' '한국문학전집' 같은 류의 책들이 항상 많았고, 그래서 어렸을 때는 그런 책들을 많이 봤고, 그 중에는 오에 겐자부로도 있었고 가와바타 야스나리도 있었다. 아동문학전집-88권 짜리 ABE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에도 나름대로. 하이타니 켄지로나 이누이 도미코라는 작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무튼 69는 그런 종류와는 많이 다르고, 사실은 무라카미 류의 다른 소설들과도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코인로커베이비,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등등의 공감하기 어렵던 난해한 소설 속 현실과는 달리, 동경하는 여학생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바리케이드 봉쇄를 장난치던 주인공에게는 아주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이 되어서 내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과도 연결이 되었다.

25일에 개봉한다는 이 영화의 정보를 찾기 위해 네이버에서 69를 검색해 봤는데 성인인증창이 떠서 당황했다. 15세 관람가 영화가 제목이 이래서 검색이 안되면 흥행에 약간 차질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살짝 들다가도, 오히려 그게 홍보효과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학교에서 어쩌다 친하게 된 맘에 드는 후배한테 이 책을 사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중 대부분은 연락이 끊어졌다.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약간 궁금하긴 하지만, 사실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나보다 훨씬 늙어버렸을 1~2년 후배들을 만나면 너무 슬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