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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13. 05:38
글쎄 아마도, 결혼씩이나 했으면서도 색시와 같이 지낸 날이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되서, 그 동안 했던 일들이 전부 훤하게 기억나고 있다. 결혼식 올리고 신혼여행 다녀와서 일 주일 남짓 한국에서 같이 지내다 나만 텍사스로 돌아와서 떨어져 지낸 지 이제 다섯 밤 잤는데, 시간이 정말 천천히 가는 것이 뭔가 까마득한 옛날 일 같은 느낌. 다음 주 토요일에는 드디어 색시도 여기 오기로 했는데 어쩌면 뜬금없이 다음 주에 해외 출장-_-을 가야 하는 분위기라 황당해 하는 중.


결혼식 날은 역시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고 하는데, 추위를 피해 실내에서 해야 할 것인지를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결국 예정대로 야외 결혼식을 강행했다. 원래도 추위를 타지 않는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시종일관 팔푼이 같은 웃음을 짓고 있었고, 원래는 추위를 좀 타는 색시도 온몸에 붙인 핫팩 덕분에 사진 찍기 전까지는 별로 떨지도 않고 잘 끝냈다. 하지만 곁눈질로 슬쩍 보니 하객들은 종이컵에 따뜻한 차를 부어서 만지거나 난로 앞에서 손을 비비고 있었고, 삼현육각 분들이 연주하시는 배경음악은 악기가 얼어서인지 어쩐지 답답하게 들렸고, 사회 보시는 분이 뭔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 말씀을 하는 동안 정좌해 있는데 뒤에서는 칼바람에 화환이 쓰러지는 등 나만 괜찮다고 해서 모두 좋지는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계속 헬렐레 하고 있었고, 가끔 눈을 들어 내 쪽을 쳐다봤다는 색시는 그런 심란한 상황에 저렇게 바보같이 웃고 있는 나를 보면서 참 기가 막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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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로 간 신혼여행은 잘못될 리가 없는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그래도 풀에서 야밤에 알몸으로 수영할 때 수경도 없이 접영 자랑하다가 벽에 코 박은 사건, 종일 비 와서 변변히 사진도 못 찍은 전일 풀빌라 일정 등 무난하게 암울한 정도의 일이 있기는 했다. 하긴 최대 위기는 그 한 달 전 2년여 만에 처음 만난 308호에서 이미 겪었기 때문에 이런 정도는 그냥 즐겁게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여행 중 제대로 마음에 들었던 건 거의 없었지만 색시와 같이 있으면 역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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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처가에 가서 하룻밤 자고, 전주에서 하룻밤 자고, 서울 와서 나흘 정도 있었다. 서울에 돌아온 다음날부터 몸살+설사+관절+코피(...) 콤보가 발병했는데 때마침 있었던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작업 때문에 (우리집 20층 -_-) 자연스럽게 내내 집에서 쉬기만 할 수 있었고, 그래서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던, 보려고 했던 친한 사람들은 끝내 인사도 못 하고 떠나오고 말았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 아침 (돌아온 지 3일째) 독일의 매니저한테 받은 메일에는, 갑자기 한국에 사람이 필요하니 당장 다음 주에 출장을 다녀오라고 -_- 2년 넘게 해외 출장은 한 번도 없다가 하필이면 이런 시점에 출장이라니, 게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장기간 머물러야 할 지도 모를 일이라 살짝 허탈해 하고 있다. 한 번 이런 식으로 연루되면 일 있을 때마다 계속 가야 할텐데, 이게 싱글일 때였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아닌데, 그나저나 지난 11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한국에 다녀오게 되는 거라 이젠 시차 개념도 없어지는 느낌. 아 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