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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2. 13. 16:54
그러니까 무방비 상태에서 장인께 금연 명령을 받고 그날 밤 12시부터 실행한 지 3주가 지났다. 처음 인사 드리러 갔을 때 흡연의 해악에 대해 듣고서 담배를 끊겠다는 얘기를 하게 됐지만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끊겠다는 약속을 하지는 않은 상태로 헤어졌는데, 그러고 나서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전화를 하셔서는 구체적인 금연 계획에 대해 기어이 약속을 받아 내셨던 것이다. 언제부터 끊을 것이냐는 추궁에 아니 뭐 그냥 결혼식 하면 그때부터, 라고 얼버무리려다가 "당장 오늘 밤 12시부터 끊어" 라는 단호한 말씀에 살짝 창피해져서는 그날부터 정말로 금연.

오래 피우던 담배 끊는 것을 참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데, 다행히 내 경우에는 뚜렷한 금단 현상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졸려서 잠이 많아진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게 금연 때문인지 시차 때문인지 확실하지 않기도 하고, 졸린다고 담배를 다시 피울 필요는 없으니 남들보다는 쉽게 금연에 성공하고 있는 중. 피우다 안 피우면 몸이 말을 안 듣는 정도로 괴롭다고 하던데, 난 그런 건 없는 대신 언제든 자연스럽게 피우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금연의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난 끊었으니까.. 하나쯤 피워도 되는 거지. 끊었으니까."
- 탐 웨이츠, "커피와 담배"


저 영화를 보기 전에도 그런 비슷한 생각에 담배를 끊은 적이 있었다. 그냥, 어느날 갑자기 혼자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 같은 거 그냥 안 피워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담배를 끊었었다. 그러고는 담배 없이 한 2주 정도가 지난 것 같은데, 담배를 끊던 날과 똑같이 어느날 갑자기 그냥 담배 피워도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뜬금없이 다시 피우게 된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금단 현상이 생겼다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 딱히 담배를 끊어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담배를 피우는 것이 피우지 않는 것보다 자연스러운 상황은 매우 자주 있다 보니 그렇게 된 것.

아, 한번은 그런 적도 있다. 왜 끊으려고 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냥" "괜히" "심심해서" 뭐 이런 이유였을 것 같은데, 아무튼 금연을 하되 원활한 배변을 위해서 한시적으로 볼일 볼 때는 담배를 피우기로 규칙을 정했다. 그때만 해도 화장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두지 않은 곳이 많았어서, 어디 가나 화장실은 웬만하면 담배 냄새가 쩔었다. 내가 근무하던 곳도 물론, 생각해 보면 남자 화장실이라고 해도 담배 안 피우는 사람이 파우는 사람보다 많았던 것 같은데도 아무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에 대해 아무 말도 안 했고, 심지어 용변을 보지 않는 사람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에 나가는 대신 화장실에 가는 식이었다. 나는 물론 똥 쌀 때만 담배를 피우기로 정했으니까, 똥칸에 들어가서 바지 내리고 앉아서만 담배를 피웠지만, 아마도 시작한 지 일 주일 정도 지난 후, 내가 하루에 다섯 번씩 똥을 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런 식의 금연은 다시 시도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거 말고는, 어렸을 때 크게 다쳐서 입원했을 때 3개월 정도 담배를 피울 수 없었던 적이 있다. 그 기간 동안 비약적으로 체중이 늘었고, 퇴원하고 나서 다시 또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지만 다시는 그 전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살이 찐 이유가 담배를 안 피워서인지 입원중 운동 부족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아무튼 다치기 전과 퇴원 후의 체중 차이는 10kg.

사실 최근에 한 5kg 정도, 꽤 짧은 기간 안에 급하게 체중이 불었는데, 이건 담배 때문은 아니지만 때마침 금연을 시작했기 때문에 갑자기 찐 살이 다시 빠지지는 않고 있다. 이제는 힘을 줘도 모양이 변하지 않는 단단한 배를 보면서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색시와 전화하던 중 마침 체중이 많이 나가는 신랑을 둔 동료가 갖은 방법을 동원하다 지방 흡입까지 시켰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오 그거 괜찮은데! 나도 한번 할까?
색시: 시끄러! 운동해!
나: 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