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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0. 24. 01:57
7월 초에 갔던 여행 얘기를 지금 하고 계심

멕시코시티 첫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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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호스텔에 도착해서 좀 자고 아침부터 슬슬 돌아다녔는데, 달리 계획한 것도 없고 해서 시내관광 버스에 올라서 한참 동안 혼자 수박 겉핥기식 구경을 하다가 인류학 박물관에 들어갔다. 9년 전에도 갔던 곳인데 뭔가 굉장했던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어서 또 가서 오디오 가이드까지 빌려서 꼼꼼하게 오랫동안 공부하듯 보고 나왔다. 그 큰 곳을 다 둘러 보느라 많이 피곤해진 상태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2층에서 비 맞으면서 벌벌 떨다가 거의 어두워진 다음에야 호스텔에 돌아왔는데 직원들은 광부 모자 같은 걸 쓰고 있고-_- 다음날 아침까지 건물 전체 정전으로 불도 안 들어오고 물도 안 나와서 샤워도 세수도 못하는데 변기에는 똥이 차 있고.. 호주에서 왔다는 옆 침대의 약혼 커플은 그 좁은 호스텔 침대에 같이 들어가서 비비고 있고. 그래 아무렴 내가 여행을 왔는데.


멕시코시티 둘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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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보니 옆 침대 약혼 커플은 어디 나가고 없고, 그 옆 침대에서 뭔가 커다란 여행 가방을 정리하고 있던 브라질 출신 "에두아르도"와 말을 텄는데, 스페인어를 좀 더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브라질에서 어학연수를 왔다고, 하숙집을 구하기 전까지 일단 호스텔에서 묵고 있다고 했다. 뭔가 학교에서 추천해 준 하숙집 목록을 보고 뽑아서 둘러 보려고 한다는데, 학교 시작은 당장 다음날이고 뭔가 이날 밤까지 다 처리하고 이사까지 끝내야 하는 상황. 프리다 칼로의 집을 보러 간다고 하자 그 근처에 있는 하숙집 주소를 찾아내서는 같은 방향이니 같이 가자고 하는 해맑은 얼굴을 보니 내가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겼다. 프리다 칼로의 집도 가긴 했지만 결국 나머지 오후 시간은 같이 하숙집 보러 다니면서 주택가 구경. 그러다 저녁때 가려고 했던 루차리브레 경기에도 좀 늦었고, 늦었다고 급하게 가느라 현금이 부족해서 가면도 못 사고..

운명이다.



멕시코시티 셋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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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귀찮기도 하고 이제 시간도 별로 없어서 호스텔에서 알선하는 당일 패키지에 참가하기로 했다. 봉고차 타고 유명한 성당과 유적, 양조장-_-을 돌아보는 일정. 볼 거리도 많고 가이드도 훌륭하고 음식도 괜찮았지만 역시 체질에 안 맞는 그룹 투어고 특히 이미 오래 전에 가 봤던 테오티우아칸의 피라미드를 올라갈 때는 뭔가 슬퍼지기까지 했다. 하긴 휴가 하루 쓰고 꼴랑 3박 5일 여행하면서 많은 걸 기대하면 곤란하겠지


마지막 날 밤이니 억울해서 술이라도 마셔야 할 텐데,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공동 주방에서 일본 남자 하나가 말을 걸어 왔다. 서른 살이라고 했는데 갓 스무 살이나 됐을까 싶은-뭔가 가출소녀 느낌이 나는-멕시코 언니와 다니고 있었다. 좀 안좋아 보였지만 솔직하게는 많이 부러웠고,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 오늘은 너다, 라는 생각으로 같이 코로나와 메스깔을 좀 많이 마시고 쓰러졌고, 다음 날은 물론 아무 것도 못 하고 바로 공항으로. 


연휴를 그냥 흘려 보내기 아까워서 잠시 갔다 온 거고 사실은 가을 또는 연말에 제대로 좀 길게 페루에 다녀 오려고 생각했지만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끼고는 한국에 다녀 오기로 했고, 그 뒤에는 아무래도 휴가를 아껴야 할 상황이 올 것 같아 올해는 고작 이걸로 끝나게 되는 것 같다. 이제는 휴가만 아낄 게 아니라 휴가 행선지도 일단 아껴 둬야 하겠지.





"get him to the greek"을 보고 감동해서 사운드트랙을 샀는데 요즘 매일 듣고 있다. 들을 때마다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