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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4. 08:38
마지막 포스트가 6월 20일이었으니 참 오래 되긴 했다. 바쁜 것도 있고, 어쩐지 여유도 없었고, 컴퓨터도 몇 번 씩 포맷하고 새로 깔아야 했고, 실없는 짧은 얘기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보내다 보니 여긴 아예 냅두고 있어도 별 상관이 없었던 것 같다. 오늘은 오랜만에 금요일, 어쩐지 별 보람도 없이 일 주일 내내 바쁘고 피곤하게 살다가 드디어 금요일이다. 친하게 지내는 사무실 동료 j의 생일이 오늘이고 난 다음 주 월요일이 생일이고 해서 내일 저녁에 (조금이라도 더 넓은) j네 집에서 합동으로 생일 잔치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여느 일요일 저녁때처럼 j네 집에서 j의 마누라 s가 해 주는 저녁을 먹고 딸래미 o와 강아지 v를 쓰다듬으며 같이 트루 블러드를 보다가 (매주 거의 종교적으로 닥본사하고 있음) 생일 얘기가 나온 거고, 더블 파티를 하자고 하길래 사실 난 별로 부를 사람도 없고 하니 그냥 조촐하게 한잔 하면서 합주나 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생일 주말에 논다는 얘기가 j와 s의 가족들에게 흘러들어가면서 판이 커졌다. 둘의 부모님들도 오신다고 하고, j의 여동생(누나인지도)도 애 데리고 온다고 하고, 그러는 동안 j는 가족 파티가 되는 것 같다며 미안+창피해 하고..

그러다 보니 나는 가족도 없는데 내가 초대한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그것도 좀 그럴까봐 몇 안 되는 친한 사람들한테 얘기를 했다. 설마 다들 다른 할 일도 있을테고 친하다고 해도 다 사무실 동료고 하니 올 사람은 얼마 안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거절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_- 게다가 다들 결혼한 사람들이라 마누라 데려온다고 -_- 이러면 음식을 하기로 한 s에게 참 미안해지는데 결국 오늘 j는 "s네 엄마가 같이 음식을 만들기로 했다" 고. 이제는 내 생일 잔치를 j네 집에서 하면서 j와 s의 가족들이 내 손님들의 식사며 시중을 돕는 상황. 뭔가 내가 가져갈 것이 있냐고 물어보니 그냥 s가 좋아하는 라즈베리 와인 (=복분자주) 이나 좀 가져 오라고.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상자로 가져가 주마

j는 올해 초부터 시작해서 7월에 마무리가 되어야 했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고 있는 막장 프로젝트에서 개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도 그 프로젝트에 약간 연루되어 있다 보니 (언제 끝날 지 몰라서 아직도 휴가 계획도 못 잡고 있음) 매일 같이 점심 먹으러 다니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서 친하게 됐다. 웬만하면 건강식 찾는 요즘 미국 사람들 같지 않게 베이컨 기름 가득한 남부 음식이나 정크푸드를 가장 편한 음식으로 여기는 편식 대왕이라 (벤토박스 시키면 샐러드는 건드리지도 않음) 태국이나 베트남, 인도 음식도 좋아하는 예전 점심 친구 t에 비해 선택의 폭이 굉장히 좁아졌지만, 덕분에 나도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hearty" 한 음식을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물론 그래서 살도 좀 쪘다.

j는 달라스 남쪽에 있는 인구 3천 명 남짓(2000년 기준)의 시골 마을 출신이고, 어쩌다 빌 게이츠 장학금을 받게 되어 시애틀에서 공짜로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학비를 전액 지원받다 보니 전공 두 개에 부전공도 하나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음악이었고,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배우게 되서 다른 학생들과 밴드도 하고 살다가 애플에 입사해서는 맥의 오디오 드라이버 쪽 일을 하게 되었다. 서른 살이 되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일은 그만두고 음악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이제 일 년 밖에 안 남았으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합주하고 음악 만들고 싶다고 자주 말했는데 내일 드디어 하게 되서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통기타와 통베이스를 가져갈 생각인데 우리 둘 말고도 뭔가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음 주 토요일은 나탈리 머천트의 휴스턴 콘서트에 갈 예정. 티켓마스터에서 보니 달라스는 없고 휴스턴만 있어서 이참에 일박이일로 가서 놀다 와야지 생각에 냉큼 샀는데, 다음 날 보니 티켓마스터에 대행해서 표를 팔지 않을 뿐 달라스에도 오는 일정. -_- 약간 허탈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휴스턴 가서 작년에 먹었던 라면집이나 또 가야지 생각하고 있다. 시간이 되면 그 근처 공동묘지에 있는 번개 영감님 묘에도 가 볼까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