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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1. 15. 14:33
얼마 전에 괜히 위키피디어를 뒤지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서 lightnin' hopkins 영감님을 찾아본 적이 있다. 나름대로 흥미로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와 있는 중간에 영감님의 동상 사진이 있었는데, 의외로 내가 사는 동네에서 굉장히 멀지는 않은 곳에 있어서 한번 가볼까 생각을 하다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생각이 나서 아침 먹고 출발. 목적지는 "Crockett"이라는 동네인데 여기서 휴스턴 가는 길 중간쯤에 샛길로 빠져서 한참을 가야 나오는, 인구 7천 명 남짓의 시골마을.

사실 위키에는 크로켓에 동상이 있다는 얘기밖에 없고, 아마도 무슨 공원 안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정보는 어디에도 없고, 네비 찍을 정확한 주소도 없고, 아무튼 그 동네 가서 뒤져 보는 방법밖에는 없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용케 이런 곳이 검색에 걸렸다.


크로켓 다운타운 한복판에 있는 식당이고 여기서 밥 먹고 걸어가면 영감님 동상이 나온다고. 어째 뭔가 굉장히 허술해 보이긴 하지만 적당히 시골밥상으로 점심 먹고 술렁술렁 걸어서 다니다가 영감님 한번 보고 오면 되겠지 싶었다.

내 바로 앞에 가던 차가 과속으로 경찰한테 걸리는 모습을 보고 나서는 조심하면서 운전해서 별 탈 없이 도착했고, 역시 시골 스타일 치즈버거는 그리 싸지는 않았지만 푸짐하고 든든했는데, 다 먹고 계산하면서 슬쩍 영감님 동상이 어디 있는지 아냐고 물어봤더니 언니는 잘 모른다고. 여기서 멀다고, 한 15마일에서 20마일 정도는 가야 된다고..

아무래도 의심스러워서, 배도 부르니 좀 걸어다니면서 찾아 보기로 했다. 다운타운이라고 해봤자 완전 허름한 동네 두 블럭 정도가 끝. 위키피디어의 크로켓 텍사스 페이지에 다운타운 사진이 두 장 나와 있는데, 영감님이 백구두 신고 목에 수건 두르고 담배 꼬나물고 볕 좋은 날 팔자걸음으로 돌아다니는 모습이 딱 어울릴 만한 촌스러운 동네다.

하지만 역시 미국이고 텍사스인지라 걸어 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_- 누구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그냥 두리번거리다가, 어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돌아보니 옆에 있던 어떤 가게 유리창 안에서 웬 마네킹이 내 쪽을 보고 있었다. 뭔가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면서 지나가는데 고개를 돌려서 계속 나를 쳐다보는 마네킹-_- 인구 7천명 짜리 동네 가게에 마네킹 알바라니 솔직히 좀 놀라웠다.

아무튼 잘됐다 싶어서 가게에 들어갔는데 (미용재료가게, beauty supply shop이었다) 마네킹 언니와는 얘기를 못하고, 카운터에 있던 동양인 아저씨가 길을 알려주는데, 옆에서 물건 사던 다른 흑인 언니가 자기 차 따라오라고 해서 매우 감사하며 안내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 뒤쪽에 있던 주인 아줌마는 뭔가 한국말로 전화 통화하고 있고.. 이런 시골 마을에서도 미용재료 가게는 한국사람. 어쩌다 여기까지 오셨을까

언니가 데려간 곳은, 최초 위치, 그러니까 그 식당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에 있었다. 공원도 아니고, 집 한 채 들어가는 정도의 잔디밭 공터에 뭔가 흙으로 만든 것 같은 색깔의 동상 하나만 서 있었다.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영감님의 고향은 여기가 아니라 약간 서쪽에 있는 centerville이라는 동네인데, 거긴 인구가 1천 명도 안 되는 더 심한 깡촌이라 그나마 이 일대에서는 큰 편인 크로켓에서 동상을 지은 것 같다.

01




동상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담배 하나 피우고는 다시 차에 올랐다. 좀 허무하지만 뭔가 더 기대한 것도 없었으니까..




올라오는 길은 네비가 이상하게도 내내 국도로 안내를 해서 athens니 palestine이니 하는 엄한 동네들을 가로질러야 했다. 팔레스타인 쯤이었던 것 같은데, 꼭 닫힌 창문 틈으로 스컹크 방귀 싼 냄새가 흘러 들어왔다. 아무렴 영감님 보고 오는 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