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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25. 05:44
수요일 밤에 같이 거하게 마신 러시아 출신 프로젝트 매니저 d가, 금요일 오후에 난데없이 내 자리로 와서는 저녁때 "바냐"라는 곳에 가려고 한다고, 생각 있으면 같이 가자는 얘기를 했다. 설명을 들어 보니 바냐는 러시아식 사우나. 핀란드식과 터키식 사우나도 같이 한다고 하는데, 마침 달리 할 일도 없고 토요일 아침에 매우 일찍 어디 갈 일이 있어서 사우나 하고 나면 잠도 잘 오겠다 싶어 같이 가 보기로 했다. d는 아직 러시아에서 마누라와 딸래미가 11월 중순에나 오기로 되어 있어서 역시 보통은 심심하게 지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알고 이 사우나에 벌써 혼자 서너 번은 갔었다고.

준비물은 그냥 수영복 반바지 같은거 하나만 가져가면 되고, 수건, 가운, 슬리퍼는 사우나에서 제공하는데 d는 거기다 러시아에서 가져온 참나무 가지와 뭔가 귀엽게 생긴 모자까지 가지고 왔다. 그리고 술도. 한국 찜질방처럼 음식도 팔긴 하지만 주류 판매 면허가 없어서 안에서 술은 팔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도 손님도 러시아 사람들이니 술이 없으면 말도 안 되는 거라 술은 byob(bring your own bottle)로 운영. d는 맥주 10병과 보드카 4잔 정도..를 가져와서 사우나에 들락거리면서 꾸준히 맥주를 마시고, 뭔가 생선으로 만든 안주를 시켜서 보드카도 마시고, 두 병 남은 맥주는 다 끝내고 나와서 차 앞에서 거의 원샷으로 마셔 버리고.. 자기 집 잠시 들어가 보자면서 또 스카치 한 잔씩. 두당 맥주 5병과 보드카 두 잔, 위스키 1잔이면 4시간 동안 마신 것을 감안하면 적당한 정도의 양이지만 문제는 저 맥주가 9.5%짜리 둔켈이었다는 것.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에 아직도 머리가 무겁다.

수건, 가운, 락커 열쇠와 슬리퍼를 받아서 들어갔을 때는 사람이 전혀 안 보였는데, 사우나로 들어가는 통로에서 d가 갑자기 러시아어로 말하는 것이 들려서 돌아보니 웬 늘씬한 금발미녀가 수건만 두른 채로 뭔가 물어보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사우나에 앉아서 국자로 물도 뿌리고 참나무 가지로 몸을 두드리기도 하고 있었는데, 그 뒤로도 꾸준히 사람들이 들어왔고 나만 빼고 전부 러시아 말을 하는 사람들이었고 그중 여자들은 전부 비키니만 입고 사우나에서 뒹굴고 있었다. d는 여기 자주 온다고 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같이 와야겠다. 일단 다음 주에 한다는 할로윈 파티부터. (그나저나 사우나에서 할로윈 파티라니 무슨 복장을 입어야 하는 건지)

입장료는 25불로 약간 비싼 느낌이었는데, 11월 말까지 쓸 수 있는 쿠폰을 가지고 가면 평일 15불, 주말 18불에 들어갈 수 있다. (+tax) 영업시간은 밤 10시까지만 한다고 되어 있었지만 손님이 적당히 남아 있으면 영업 끝났다고 내보내지는 않으니 거의 11시까지도 있을 수 있다. 위치는 캐롤턴의 marsh ln과 rosemeade pkwy의 2사분면이고 홈페이지는 http://www.russianbanyaofdallas.com

대부분 손님이 역시 러시아나 구소련 사람들인지라 어쩌다 나처럼 그동네 출신이 아닌 사람이 땀 빼고 앉아 있으면 다들 한 마디씩 말을 건네고 제대로 사우나 하는 법, 좋은 사우나의 조건 등등을 설명해 주곤 한다. 한국 사우나는 어떻게 다르냐고 누가 물어 보길래, 한국에서는 수영복 안 입고 다 벗고 한다고 했더니 러시아에서도 물론 다 벗는다고. 거기다 혼탕. 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