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25. 14:03
[그냥/괜히]
아직도, 어딘가 다른 동네에 가는 일이 있으면 꼭 사소하게나마 일이 생기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시카고에 갔었고 지지난 주말에는 캐나다 런던에 갔었는데, 런던 갔다 오는 길에는 디트로이트에서 비행기 탈 때 좀 촉박해서 배기지 첵인을 안했다가 액체로 된 기념품을 홀랑 빼았겼고 시카고 갈 때는 비행기 뜨기 30분 전이라 탑승자 첵인이 안되서 다음 비행기를 타야 했다. 다음 편에 자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나는 모르는 상태에서, 50불 내고 컨펌할래 아니면 돈 안내고 빈 자리를 기다려 볼래, 하고 물어보는데 이런 식이면 좀 치사하다. 그러고 보면 디트로이트에서는 한 30분 전에 첵인했는데 그때는 괜찮더니.
처음 가본 시카고는 20년 넘게 거기 살고 계시는 엄마 친구분께 인사 드리러 간 것이었는데, 매우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주말에 가기는 살짝 걱정도 됐지만 일요일에 교회 가자고 하시면 따라가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미국 와서 안하기로 마음먹은 두 가지를 그 집에 갔다가 아주 강하게 권고받고 온 듯. (이번에는 같이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한국 교회를 "샤머니즘"이라고까지 표현하는 이모부님은 평소에 내가 생각하던 전형적인 기독교인과는 정말 많이 다른 모습이어서 그런 분이 열심히 다니는 교회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기독교인, 솔직히 평생 처음 본 것 같다.
엄마 친구분(이모님으로 호칭)의 아들인 n형은 엄마를 통해서 얘기만 많이 듣다가 십 몇 년만에 처음 만났는데, 주말을 모두 써서 날 데리고 다니면서 구경시켜 주었다. 뭔가 굉장히 유명하다는 킹크랩집에서 저녁을 먹고, 역시 매우 유명하다는 콘서트장에서 어떤 하드코어 밴드의 공연을 잠깐 보고, 거기 지하에 있는 클럽에서 뭔가 빨간 술을 쭉쭉 빨다가 중간중간 보드카나 바카디 샷을 자주 받았던 것 같다. 참 신나고 고맙고 즐거웠지만 너무 일찍부터 마셔서 얼마 못 버티고 거의 쓰러져 안타깝고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아 이제 다시는 그렇게 마시지 않으리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거라 반가워서 그랬겠지만 너무 과하게 신경 써주셔서 많이 부담스러웠다. 좀더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기회 있을 때마다 자주 가서 지내면서 익숙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추수감사절 때 또 가지 싶다.
그리고 런던에 있는 또 다른 가족, 세미네 집에는 그 전 주말에 다녀왔다. 십 년 전에 친하게 지내다 헤어지고는 오 년 전에 부산에서 결혼식 할 때 잠시 한번 만나고, 그리고 또 오 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난 것이 두 달 전인데, 오죽 좋았으면 휴가 써서 또 갔나 싶다. 마침 두 살이 된 세미 생일도 축하하고, 덤으로 내 생일도 축하받고, 혼자 살면서는 만들어 먹기 힘든 훌륭한 가정식을 실컷 얻어먹고 왔다.
그러는 동안 벌써 쿠바 여행은 당장 다음 주 목요일부터 시작하는 예정이고, 시카고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론리플래닛을 대충 좀 읽어 봤는데,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의 흔적을 보려면 산티아고에 가야 한단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쯤 되는 동네인 것 같은데 아바나에서 800km 정도. 나야 괜찮지만 같이 가는 m이 과연 15시간짜리 버스를 타려고 할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앨범은 나오자 마자 향뮤직에 주문해서 계속 듣고 있었는데 방송에 나와서 이런 짓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민속그루브라니 이런 뻔뻔스러운 녀석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