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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8. 15. 09:43
어제 두번째 조카가 생겼다. 말복이라고 사람들 불러서 닭 삶아먹고 있는 중에 070전화가 울리길래 바로 예감했는데 역시 동생. 약간 떨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잠시 제수씨도 바꿔 줬는데 나는 계속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 어쩐지 눈물이 나오려고 했던 것 같다. 첫조카 때와는 느낌이 뭔가 많이 다르다. 가족이니 제일 먼저 전화했을테고 다른 데도 연락할 곳이 많았을텐데 나는 흥분해서 꽤 오랫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예정일이 내 생일과 같은 날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진짜 같은 날에 태어나도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이틀을 더 못 참고 나와 버렸다. 어떻게 생겼나 몹시 보고 싶지만 동생도 정신 없을텐데 나한테 사진을 보낼 여유는 아직 없겠지. 코 위쪽으로는 엄마를 닮아서 눈이 많이 작은 동생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뱃속에 있을 때는 튼튼이라고 불렀고 이제 "희"자 돌림으로 지어야 되는데 지금 나와 있는 후보 4개는 어쩐지 별로 맘에 안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마도 희준 희상 희재 희수 넷 중 하나로 결정될 것 같다. 동생과 통화하고 한참 후에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오랫동안 얘기를 했는데, 서울대입구 사거리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집까지 가는 길이 갑자기 떠오르면서 우리 동네가 몹시 그리워졌다. 별 생각 없이 살다 갑자기 떠올라서 한참 동안 묘하게 센티멘탈해져 있었다. 가끔 마이스페이스 프로필 같은 곳에서 proud parent라고 써진 것을 보면 그냥 그런 표현이 있나보다 하고 넘어갔는데 어제부터 갑자기 동생 내외가 굉장히 자랑스러워졌다. 작년에 미국 올 때는 올해도 말고 내년쯤에나 한번 들어가려고 생각했다가 제수씨 임신 소식을 듣고 올 연말에 가려고 결정했는데 이제는 할 수만 있으면 더 일찍이라도 가고 싶다.



..내일은 또 캐나다 친구집에 놀러 가기로 했다. 얼마 전에 이미 한 번 가서 꼴랑 이박삼일 있는 동안 별 이벤트도 없이 그냥 집에서 빈둥댔을 뿐이지만 뭔가 가족 같아서 오랜만에 꽤나 행복한 느낌이 들었었다. 이번에는 친구 딸래미 생일이기도 하고, 하필 내 생일과 하루 차이라서 좀 부담스러워 주저하다가 그냥 가기로 한 것. 그나저나 디트로이트에서 차 렌트해서 국경을 넘어갈 계획인데 가져갈 것들이 좀 있어서 저렴하게 세관을 통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지난 주말에 갔던 밥딜런 콘서트. 1시간 넘게 말은 한 마디도 안하고 이렇게 그르렁거리면서 노래만 줄창 하다가 마지막에 앵콜 하면서 잠시 멤버 소개한 것이 끝이었다. 이런 불친절한 영감탱이 너무하네라고 생각하면서, 무대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있다 먹먹해진 귀를 주무르면서 집에 왔는데, 며칠이 지나서야 내가 밥옹 콘서트에 잘못된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하긴 영감님 콘서트를 직접 본 건 당연히 평생 처음이고 공연실황도 옛날 히트곡들이나 찾아본 정도라 그럴 수밖에. 어쩐지 70 다된 노인네보다 내가 더 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뜨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