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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 19. 15:04
지난 화요일. 평소처럼 일어나서 대충 아침을 챙겨 먹고 회사 갈 준비 하면서 컴퓨터를 켰는데, 이미 사무실에 나와 있었던 인사팀장한테 메일이 왔다. 샌디에고 사무실 출입관리 시스템에서 계정관리를 할 수 있냐고.. 별거 없고 그냥 거기 누가 새로 오거나 퇴사하는 경우 비밀번호를 등록하는 정도로 하고 있었다고 답장을 보내고 나서 샤워하고 출근했는데, 사무실에 들어가서 회사 메신저에 접속하자마자 인사팀장한테 메시지가 왔다.

Kelly [9:56 AM]:

 hi, can you come by my office really quick?

Mo [9:56 AM]:

 sure


당장 달려갔는데, 대단한 것도 아니면서 여전히 뭔가를 숨긴 상태에서 이따 오후 1시에 사무실에서 뭐 해야 되니까 그때 자리에 있어 달라고.. 무슨 꿍꿍이로 이러는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러겠다고 하고는 일 시작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또 내 자리로 오더니 누군가의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를 CD에 백업해 줄 수 있냐고.. 좀 너무 뜬금없어서 되물었는데, 결국은 지난번 줄리아처럼 갑자기 누가 퇴사하게 되서 그가 쓰던 컴퓨터에 있던 개인적인 데이터를 백업해 달라는 얘기였다. 가 보니까 방금 전에 '너 해고야' 얘기를 들은 M이 짐을 싸고 있었고, 데이터 크기를 보니 CD나 DVD로는 안될것 같아서 외장하드를 들고와서 복사를 눌렀는데, 그러고 잠시 내 자리에 갔다 오는 사이에 이미 없어져 버렸다. '복사 다 되면 우편으로 보내줄께' 정도로 얘기하고는 쫓아내듯 내보내 버린듯.



그러고 나서 조금 있으니 재무팀장이 또 슥 내 자리에 와서 "how are you"라고 물어봤는데, 차마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있자 나름대로 위로하면서 괜찮을 거라고. 근데 그러면서 또 다른 사람도 같은 운명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또 와서는 샌디에고에서 근무하는 누군가의 계정과 출입카드를 정지시키라고..



결과적으로 달라스에서 2명, 샌디에고에서 4명 해서 모두 6명이 하루아침에 실직을 했다. 그중 제일 안타까운 것은 아까 그 M과 함께 나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S인데, 사무실에서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어서 나하고는 가장 많은 대화를 하는 상대였다. 최근에 자기만 프로젝트를 안하고 놀고 있다고 농담 반으로 아침마다 메일 확인하기 겁난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결국 메일도 뭣도 없이 출근하자마자 직접 해고 통지를 받게 되다니..



아, 오후 1시에 사무실 대기하라고 했던 건 물론 그때를 기해서 샌디에고에서 해고되는 사람들 4명의 계정과 출입카드를 정지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는 동안에 한국 소식도 자주 들려왔는데, 한국 지사가 연말 지나면서 완전히 독립하면서 새로 COO라는 직책으로 넘버2가 입사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사장님하고 비슷한 스타일 (또는 +a) 정도라고 들었는데, 요즘 얘기 듣기로는 이건 뭐 전두환급인것 같다. 여기처럼 대놓고 해고하는 건 아니지만 아마도 자기 스타일하고 안맞는다고 퇴사를 종용한다거나, 가장 훌륭한 전통이었던 자유출퇴근을 폐지하고 9-6으로 (물론 6은 전혀 의미가 없음) 바꾼다거나, 뭔가 엉뚱한 사람들이 조직개편때 튀어나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정도만 해도 거기 퇴사할 사람들 꽤 될 것 같은데 때마침 경기가 불황이라 회사를 옮기기도 쉽지 않겠다는게 문제. 아직 거기 다니고 있는 친하던 사람들도 걱정이고, 꽤나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열심히 일했던 직장이 허무하게 망가지는 것 같아서 슬퍼진다. 사람 하나 새로 들어왔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