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로드간지에서 델리를 거쳐서 여기는 콜카타. 내일 새벽 6시반에 뜨는 방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 근처의 엉뚱한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왔다. 처음에 가이드북 보고 생각했던 곳으로 가는 건데 엄하게 이상한 택시기사한테 속아서 에어콘도 없는 방에 500루피(=12500원)나 주고 들어왔다. 이렇게 당하는 것도 오랜만이고, 한 6시간 자고 나올 거니까 뭐 그냥 그러려니.. 사실 그것도 700 부르는 걸 좀 네고해서 생수 한 병과 인터넷 한시간을 같이 얻어냈다.
비행기에서 나오자 마자 확 느껴지는 수증기. 습도 100%의 엄청나게 찝찝한 공기에, 해가 완전히 진 밤 8시에도 꾸준히 섭씨 33도. 방금 전부터는 천둥번개와 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용케 비 안맞고 들어와서 다행은 다행인듯. 이동네는 비오면 보통 무릎까지 잠긴다는데 설마 내일 새벽에는 괜찮겠지
맥그로드간지에서 델리 오는 버스는 650이나 주고 슬리퍼를 예약했는데, 가끔 벌어진다는 중복예약 사태가 우리한테 벌어졌다. 버스 타 보니 슬리퍼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타고 있고, 좌석만 2개 남아 있었는데 어쩔 수 없어서 그걸 타고, 차액 400루피를 환불받기로 했으나 망할 버스 차장이 또 거기서 100을 슬쩍 하고 300만 거슬러 줬다. 이런 일 인도에서 늘상 있는 일이라 웃으면서 fuck you very much 해 줬다. 망할놈 같으니
여기 콜카타에서는, 수시로 파업이 일어나서 택시를 포함한 모든 대중교통이 낮 동안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론리플래닛에 나와 있다. 물론 비행기는 운행하지만 공항까지 가기 위한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으니 중요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라면 걸어서 공항에 갈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곳에 투숙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엄한 곳에 들어오게 된 것. 다행히 바로 길 건너편에 공항이 있어서 아침에 헤맬 필요는 없을 듯.
...그러는 동안 계속 비가 와서 숙소 1층 바닥에 물이 고이고 있다. 뭐 이래
작년에 방콕에서 같이 잼했던 그 기타리스트한테 메일을 썼는데 지금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자기는 수요일 목요일 일요일에 연주한다고, 내일 가면 있을 거라고.. 월요일에 한국 가는 비행기가 역시 새벽에 있는데, 아무래도 거기서 문 닫을 때까지 놀다가 숙소 와서 자지 않고 바로 택시 타고 공항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술은 조금만 먹어야지
..그리고 방금 방에 창문이 열려 있다고 해서 올라가 보니 그새 비가 들쳐서 침대가 젖어 있고 -_- 설마 새벽에 공항 가는데 비 오지는 않겠지
델리에서 오랜만에 극장 가서 본 영화는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아미타브 바찬과 웬 꼬마녀석이 주연으로 나오는 유령 이야기. 쭉쭉빵빵 언니들이 떼거지로 춤추는 장면 대신 초등학생들이 똥폼 잡으면서 춤추는 장면이 나와서 실소를 흘렸는데, 계속 보다 보니 역시 아미타브 바찬의 카리스마가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뭐 언제나 그렇듯이 매우 뻔한 내용이고 같이 본 회사 동료 K도 재미있게 봐서 다행.
저녁도 못먹었는데 이동네는 식당도 없는 것 같고.. 뭐 계속 비 오는데 그냥 얼른 자야겠다. 루피가 좀 남았는데 내일 공항에서 좀 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