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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0. 6. 20:41

후에 오는 삼등 침대칸 기차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하고 5일째 같이 다니고 있다. 이넘은 파리에서 렌즈 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일 하나 마치고 새로 시작하기 전에 석달동안 여행할 계획으로 이동네 왔다는데, 매년 인도에 여행 가서 지금까지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든지, 저렴한 그룹 투어를 마다하고 불편한 동네 버스나 삼등 기차를 타고 한참 걸어다닌다든지 아무튼 나와 매우 비슷한 여행 패턴을 가지고 있어서 오늘 호이안에 올 때까지 같이 잘 다니고 있는 중.

후에에서는 근처에 옛날 DMZ였던 곳이 있어서 아침 일찍 그곳에 가려고 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는데, 가이드북의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서 두 시간 동안 헤매다 결국은 포기하고 그냥 후에 시내의 유적 정도만 보고 말았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다음날 DMZ 가는 그룹 투어에 껴서 갔는데 나나 그 친구나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같은 기분에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우울하게 있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호이안 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대충 잠들었다.

DMZ 가는 버스터미널을 못 찾아서 헤맨 그날 저녁에는 대신 숙소 근처에 있는 'DMZ카페'라는 바에 갔는데, 기차 옆칸에 타고 있던 프랑스 언니들 두명이 우연히 지나가다 우리를 발견하고 합석해서 같이 약간 마셨다. 괘씸하게도 지들끼리 불어로만 떠들어서 매우 지루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는데 마침 매직으로 벽에다 낙서를 하길래 나도 한마디 썼다.

베트남 졸라심심
씨발!

뭐라고 썼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베트남 좋아요 호호호' 뭐 이런 뜻이라고 말해줬는데 언니들 중 하나가 나갈 때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갔다. 그리고 자기 룸메이트가 한국 사람이라고 -_-

전국을 뒤덮은 태풍은 언제 지나갔는지 이제는 관광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비가 오지는 않는 정도의 그럭저럭 쾌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오늘은 점심때쯤 호이안에 도착해서 나름대로 괜찮은 저렴한 숙소에 들어갔고, 쉰내 나는 옷을 세탁 맡기고 구시가지를 한바퀴 돌았다. 가이드만 쫓아다녔던 어제에 비하면 훨씬 보람찬 하루. 하노이보다, 후에보다 훨씬 평화로운 동네 분위기와 더 친절하고 순박한 동네 사람들을 대하다 보니 이제 좀 다닐만 하다.

내일은 오토바이를 빌려서 30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my son이라는 유적지에 갈 예정. 브루노라는 이름의 그 프랑스 친구는 애초에 호이안에서 다시 후에로 돌아가서 라오스로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아마 나와 같이 무이네 해변으로 가고싶어하는 것 같다. 좀더 꼬드겨서 방값도 아끼고 다닐 때도 덜 심심하게 되면 다행.

그나저나 수요일까지는 호치밍시티에 가야 하는데 날짜가 살짝 빡빡하다. 어떻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