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 잡기가 애매해서 대부분 베트남에 올인하기로 한 일정은 대충 이렇다.
9월 30일 서울 출발-방콕 도착
10월 1일 방콕 출발-하노이 도착
10월 1일~10월 10일 베트남 종단 (하노이-호치밍)
10월 10일 호치밍 출발-싱가폴 도착
10월 11일 싱가폴 출발-방콕 도착
10월 12일 방콕 출발-타이베이 도착
10월 14일 타이베이 출발-서울 도착
아무튼 그래서 오늘 밤에 하노이를 떠서 내일 아침에 '후에'에 닿는 기차를 탈 예정.
두 번째 간 방콕은 작년보다 훨씬 편안한 곳이었다. 카오산에서 몇백 미터만 벗어나도 동네가 갑자기 너무나 평화로워지는 것이, 아마도 작년에는 씨엠립-방콕 버스에서 시달린 것 때문에 기운이 빠져서 상대적으로 불편했던 것 같다. 둘보다 혼자 오니까 더 자유로운 것도 있고..
무에타이 경기를 관람했는데, K1이나 프라이드에서 살벌한 경기만 보다 보니 의외로 너무 싱거웠다. KO게임은 당연히 없고, 일요일 저녁의 메인이벤트도 그다지 별로.. 관중도 절반도 차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티켓값이 더럽게 비싸서(3층 제일 싼거 1000바트=3만원-_-) 몹시 돈이 아까웠다. 본경기보다 차라리 중간에 잠시 나왔던 개그게임이 그나마 재미있었는데, 뚱땡이와 빠박이가 나와서 방어 안하고 서로 치고받다가 심판을 때린다거나 바지도 벗기는 뭐 그런 개그.
일단 숙소 가서 좀 쉬다가 근처 라이브바에서 공연을 시작할 때쯤 기어나오려고 했는데, 지나가다가 '드러머, 베이시스트 구함'이라는 쪽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고 괜히 들어갔다가 새벽 2시가 되어서야 나왔다. 마티프리드만처럼 생긴 아저씨가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이분은 여기 출연하는 밴드에서 기타와 노래를 하고 있었다. 공연할 때는 드럼을 약간 쳐 주기도 했는데, 스틱이 없어서 나무젓가락을 사용했고 그나마도 탐탐은 두 개, 크래쉬심벌은 하나밖에 없고 스네어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뭐 아무튼 재미있게 했고 레퍼토리는 주로 블루스록. 선물로 카주를 주고 왔다.
일년만에 다시 온 하노이에서는 작년에 빠트렸던 '퍼퓸파고다'라는 곳에 갔다 오기로 했다. 작년에 거의 일주일 있으면서 동네 구경은 다 했고, 나룻배 타고 산으로 올라가는 투어라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 바로 예약하고 오늘 갔는데, 배 타는 곳에 도착하니 호우가 쏟아져서 그냥 되돌아왔다. 지금까지 순탄했는데 어째 조짐이 좋지 않다.
이 동네 사람들과 좀 만나 보려고 일부러 저렴한 여행자 버스 대신 기차표를 끊었는데, 오랜만에 타는 삼등 슬리퍼라 기대된다. 설마 올해도 메탈이 되지는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