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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9. 30. 02:34
집에서 주최한 두번째 경조사가 끝났다. 형이 보기에 너무나 어설퍼 보이던 동생은 그래도 용케 식을 올리고 웨딩카를 타고 공항으로 떠났다. 그리고 나도 내일 새벽에는 방콕으로 메탈여행 출발 예정. 그러고 보니 몇시간 안남은듯

몰려온 친척들을 대접하려고 잔치음식과 술을 나르러 부엌을 들락거리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이것 좀 보라길래 가보니 아직도 살아 있는 전복과 머리 떼고 내장 빼서 손질된 상태의 팔뚝만한 삼치 수십 마리가 아이스박스에 담겨 있었다. '내가 오빠 때문에 못살아..'

외갓집은 완도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거기엔 아직도 외삼촌 세 분이 살고 계시는데 조그맣게 전복과 광어 양식을 하신다. 그 중 어머니와 가장 터울이 적은 바로 위의 외삼촌이 이걸 가지고 오신 건데, 삼치는 그물로 잡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해서 그만큼을 낚아서 오신 건지 아니면 사서 오셨는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이걸 아까워서 절대 남 못 주고 다 우리가 먹어야 한다고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리고 나는 방으로 들어와서 짐을 싸려고 하고 있는데 어머니가 다시 오셔서 돈봉투 좀 정리하라고 -_- 동생 결혼식 바로 다음날 혼자 여행간다고 나가 버리기는 좀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안하면 다음날 부모님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걸 붙잡고 있을까 싶어서 혼자 작업을 시작했다. 봉투 열고 돈 꺼내고 액수 확인해서 봉투에 금액을 적고 돈은 따로 모으고.. 이런건 정말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냥 하고 있는데, 그 외삼촌의 봉투가 나왔다.

수표와 구권, 신권 만원짜리가 섞여 있는 그 봉투에서 돈을 꺼내 세면서 나도 눈물이 돌았다. 외삼촌은 그만큼의 액수를 만들기 위해 여기저기서 끌어온 거다. 외삼촌 당신은 왜 그렇게 바보같이 우리 생각만 하시는 겁니까.

나는 전복을 좋아하지 않는다. 파도 치면 배 끊기는 낙도에서 광주로 서울로 자식들 학교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내려고 힘들게 어렵게 키운 전복을 수십 마리씩 보내 주실 때마다 점점 입맛을 잃었기 때문이다. 남들한테는 너무 흔하게 많이 먹어서 질렸다고 말하곤 했지만 사실은 다른 데서 먹어도 전복이 나오면 항상 외삼촌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결혼식 끝나고 폐백과 피로연도 모두 끝나고, 외가 식구들은 모두 이모댁으로 가고 아버지 쪽 친척들이 우리 집으로 몰려왔다. 외삼촌이 피땀 흘려 키운 전복들은 전부 회로 썰고 남은 것은 죽이 되어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