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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7. 15. 16:22
뭔가 작업이 있어서 마치고 나와보니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버스를 타려다가, 갑자기 벼락이 치길래 그냥 택시를 탔다

사실 그 택시 별로 맘에 안들었던게, 문도 열기 전에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데
가는 방향에 따라 손님 골라 태우는거, 항상 좀 짜증이 난다
약간 퉁명스럽게 올라탔더니 '광명시 차라서 그랬어요. 미안합니다' 라고.

택시가 움직이자마자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라디오에서 '삼포 가는길'이 나오기 시작하자 아저씨와 대화가 시작됐다

'이양반이 한국의 폴사이먼이지. 어쩌다 사이먼앤가펑클 노래를 부르면 구분이 안됐다죠'
'어.. 그런가요. 사실은 전 그시절 노래들은 많이 몰라서'
'이렇게 비올땐 라디오에서 멜라니 사프카 틀어주면 얼마나 좋을텐데'
'에에.. 그게 누구죠 -_-'
'아. 1964년엔가 데뷔했는데, 우리나라엔 1968년엔가 소개가 됐던 가수에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러다 비틀즈 얘기가 나왔고. 그러다 링고스타 얘기를 하게 됐다
음 링고스타는 다른 멤버에 비해 어쩐지 좀 떨어지지 않나라는 무식한 얘기를 했더니
아저씨는 무슨소리냐며. 링고스타가 거쳐간 밴드가 전부 대성했는데.. 라고.
링고스타가 레인보우에 있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었다

'..사실 전 비오면 팔코 생각이 나거든요. 밤에 비올때 차안에서 듣기 딱좋은..'
'이거 안되겠네.. 젊은사람이 왜그렇게 암울해? 그노래 들으면 울다가 사고나기 딱좋잖아'
'으으.. -_-'

뭐. 그러다가 한참 블랙사바스, 키스부터 메탈리카-_- 얘기까지 짧은 시간 동안 많이도 얘기했다
50년생이라는 아저씨는 좋아하던 LP를 죽을때까지 들으려고 바늘을 80개나 사 두었다고 한다

'멜라니사프카나, 뭐 궁금한거 있으면 연락해요. 내가 빌려줄.. 아니다. 녹음해 줄께'

뭐. 내리면서 연락처를 주고 받는다든지 했을리는 없지만.
어쩌다 이런 분을 만나게 되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과연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들을 그 나이가 되도 계속 좋아할 수 있을까.
정신차려보니 옛날에 재미있었던 것만 추억하는 아무것도 없는 불쌍한 노인이 되버리는 것이 아닐까.

스무살 때는, 마흔살쯤 되서 학교앞에다 우드스탁 같은 술집을 차리는게 꿈이었다
스무살 짜리 애들이 와서 노래 신청하면, 아저씨가 스무살때 좋아하던 노래야, 라면서 같이 즐거운.
근데.. 지금 스무살 짜리 애들은 내가 스무살때 좋아했던 스타일의 노래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것 같다
난 서른도 안됐는데. -_-

예전에 ㄷ모님이 농담으로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혹시 우리가 할아버지 되면 펑크가 지금 뽕짝 취급받을지도 모르죠'
그런건가. -_-

melanie safka - tell me 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