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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7. 26. 16:45
드디어 어제 아침에 재검 가서 피를 뽑고 해단식을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오징어나 새우, 알 등등은 가급적 먹지 않을 생각이긴 하다. 채식 푼 기념으로 저녁때 곱창에 소주를 먹었는데 집에 와서 또 인사불성이 된 걸 보면 아무래도 한달 동안 베지타로 살면서 매우 약해진 것 같다.

신입이가 끝내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겠다고 했다. 완전 초짜라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중이었는데, 신입한테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근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자고 내가 이런 사람을 통과시켰을까 싶었지만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려고 했다. 그 결과 더욱 안좋은 습성-대화도 안통하고, 배워 보려는 의지도 없고, 노력도 안하고-만 더 잘 알게 되었다. 결국 진지하게 '자기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하지 못하면 시키는 것만이라도 열심히 하려고 해야 하는거 아니냐'고 얘기했더니 그만두겠다고.

내가 그렇게 대하기 어려운 사람인지 곰곰 생각해 봤다. 사실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졸업하고 사회 나와서부터는 상당히 외향적인 이중인격을 하나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던지라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문제가 생긴 적은 거의 없었다. 그 이중인격은 내가 싫어하면 싫어했지 남들에게 싫어함당할 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결정은 했지만 이사님이 휴가중이라 퇴사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딱히 할일도 없으면서 하루종일 앉혀놓기도 매우 언짢긴 하지만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라고 내 맘대로 해버리기도 좀 거시기하고. 그나저나 다른 사람 언제 또 뽑아서 가르치고 휴가가나 싶다. 11월이 목표지만 과연 갈수 있을까.

아침에 깨 보니 내 방 침대에서 잘 자고 있었는데, 출근하는데 모친이 그러신다. 어제 집에 와서 샤워하다가 혼절해서 욕조에서 잠들었다고..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_- 신입이보다 1주일 먼저 들어온 데스크 언니와 술을 마시면 항상 이런 결과가 생긴다. 여자 조심.

택시에서 전화기가 빠진 모양이었다. 걸어 보니까 웬 할아버지가 받아서는 가져다 주겠다고 하는데, 차고지가 번동이라 도곡동까지 요금 2만원 정도 나올텐데 왕복으로 줘야 한다고. 참 지저분하다 싶었지만 택시가 그렇지 뭐, 라고 생각하고 그러자고 했는데, 회사 앞에 와서 불러내길래 나가 봤더니 일단 차에 타라고 한 다음에 이젠 5만원 달라고 한다. 왕복 4만원에 만원은 내 전화 때문에 어제 잠 못잔 값이라나.

확 짜증이 솟아올랐지만 그러라고 하고 돈을 꺼내 건네 주니까 그때서야 전화를 준다. 지금 후회되는건 그때 돈 주지 말고 그냥 보내 버릴 걸.. 전화기 하나 주웠다고 그런식으로 일당을 벌려 하다니 이건 너무 괘씸하다. 전화 안받으면 당장 하나 새로 사려고 생각도 하고 있었는데 그러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이제 다시 잃어버리거나 고장날 때까지는 전화를 새로 사지도 못할 것 아닌가 -_-

써 놓고 보니 문단들의 순서가 그다지 개연성이 없는 내용으로 이어져 있는데, 생각해 보니 주말에 본 '씬 시티'의 내용 전개 방식에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이 영화, 굉장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