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도 일정의 거의 마지막 날, 블로그 포스트를 쓰고 있었는데 올해 초에 미국지사로 간 사람들 중 한 명한테서 메신저로 연락이 왔다. 그동네 다니는거 재미있냐고 물어보더니 갑자기 미국에서 사람 채용하려고 한다고, 혹시 생각 있으면 지원해 보라고..


사실은 올해 초부터, 휴가 다녀오고 7월초에 예정되어 있는 신제품 출시를 마치고 나면 7월말쯤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기 여행을 떠나서 티벳도 가고 우즈벡도 가고 라닥도 가보려고 했는데, 미국을 가게 되면 티벳은 또 당분간 못가는 거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약간 고민하다가 언제나처럼 ㄱㅈ님과 상담 중 '미국은 남미가 가깝다'라는 얘기를 들었다. 오 그럼 여기서 태국 놀러가듯이 미국에서는 페루나 브라질에 갈 수 있겠네? 오오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사람한테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가 아마도 거기 인사팀에 말하고, 다시 미국 인사팀은 아마도 본사와 한국에 요청을 했나본데 그러고 나서 한 일주일 남짓 지나서 본사 높은분한테 전화가 왔다.


"it's very interesting that you are interested in working in the US. is it true?"
"yes it is.  i'm very interested"
"great"


그래서 슬금슬금 진행이 됐고, 한국 인사팀에서는 계속 미적거리고 있는 동안에 본사에서는 당장 다음 주말에 미국에서 있는 작업에 일단 출장으로 가서 동참하라고 해서 오늘 항공권과 호텔을 예약하면서 인사팀에 다시 물어봤는데, 출장 갔다 오면 수속 시작하자고 드디어 확정적인 얘기가 나왔다. 사실 못 가게 되더라도 퇴사하고 티벳 가려고 생각했으니 별로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좀 확실해졌으니 준비를 제대로 시작할 예정.


그래서 아마도 6월 셋째주부터 수속 시작하면 한 달 정도 걸릴 예정이고, 7월말까지 마무리되면 8월부터는 거기서 출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 한국에서 퇴사하고 미국에서 입사하는 개념이라 연봉을 비롯해서 협상해야 할 것들이 꽤 많이 있을텐데 그런건 사실은 아무 생각 없고, 아무튼 그냥 가서 열심히 살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언젠가는 출장으로 갈 일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서 아직 제대로 가본 적이 없다. 재미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미친듯이 심심한 동네에서 일만 하고 가끔 술 마시면서 휴가 궁리나 하게 될 것 같은데, 그래도 먼저 가 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 만 하다고 하는 걸로 봐서 썩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솔직히 미국이 아니라 다른 곳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하필이면 요즘 같은 때 하필이면 미국으로 가는 게 괜히 창피하기도 하고, 인정하기 싫지만 마음속 어딘가 감춰져 있는 열등의식에서 비롯된 찝찝함 말고도 단순히 미국 경제도 조만간 무너질 것 같은 현실적인 걱정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